지난 글에서는 메타의 새로운 AI 에이전트 ‘Muse’가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Muse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히 질문에 답해주는 AI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일을 이해하고, 직접 검색하고, 비교하고, 예약하고, 구매하고, 외부 서비스와 상호작용해 실제 행동까지 수행합니다.
그런데 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면 더 중요한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AI가 사람 대신 행동하기 시작하면 어떤 기업이 돈을 더 벌고, 어떤 기업은 오히려 어려워질까?”
이번 글에서는 이 부분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 승자는 결국 연산을 제공하는 기업
Muse가 항공권 하나를 찾아준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사람에게는 단순한 요청 하나지만 AI 입장에서는 여러 항공사와 예약사이트를 검색하고, 시간과 가격을 비교하고, 수하물 조건을 확인하고, 사용자의 일정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호텔이나 렌터카까지 포함하면 필요한 연산량은 더 커집니다.
기존 생성형 AI가 질문 하나에 답하고 끝났다면 AI 에이전트는 하나의 작업을 완료하기 위해 여러 번의 검색과 판단을 반복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용자 증가 × AI 사용횟수 증가 × 작업당 연산량 증가입니다.
이 때문에 Muse의 성공은 단순히 메타의 호재에 그치지 않습니다.
AMD, Nvidia, Intel 같은 CPU·GPU 업체가 함께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Reuters에 따르면 Muse 출시 이후 AI 관련 반도체 기업들이 강세를 보였고, AMD는 시가총액 1조달러를 넘어서는 등 AI 인프라에 대한 기대가 다시 커졌습니다.
그리고 연산량이 늘어나면 CPU와 GPU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GPU 옆에는 HBM이 필요하고, 서버에는 대량의 DRAM이 필요합니다.
결국 AI 에이전트의 확산은 우리가 최근 계속 이야기했던 ‘AI가 메모리 수요곡선을 위로 이동시키는 현상’을 한 번 더 강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가장 먼저 압박을 받는 곳은 중개 플랫폼
그렇다면 반대쪽에서는 누가 어려워질까요?
현재 시장에서 가장 먼저 지목되는 곳은 여행, 금융, 보험, 통신 그리고 각종 중개 플랫폼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호텔을 예약하려면 Booking.com이나 Expedia 같은 플랫폼을 직접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사용자가 Muse에게
“다음 달 뉴욕 출장 호텔 중 회사에서 20분 이내, 평점 4점 이상, 가장 저렴한 곳으로 예약해줘” 라고 요청한다면 어떨까요?
사용자는 Booking.com이라는 특정 플랫폼을 방문할 이유가 줄어듭니다.
AI가 여러 사이트를 동시에 비교해 가장 좋은 결과만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Muse 출시 이후 Booking Holdings와 TripAdvisor 같은 여행 플랫폼 주가가 약세를 보인 것도 이런 우려 때문입니다.
AI가 새로운 ‘입구’가 되면 기존 플랫폼이 가지고 있던 고객 접점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할 것은 ‘소비자의 귀찮음’이 사라지는 것
개인적으로 Muse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은 어느 정도 ‘소비자의 귀찮음’에서 돈을 벌어왔습니다.
보험료가 조금 비싸도 보험사를 옮기기 귀찮아 그대로 유지합니다.
통신요금이 비싸도 고객센터에 전화해 1시간 동안 협상하기 귀찮아 그냥 냅니다.
항공권이나 호텔 역시 모든 사이트를 매일 검색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소비자의 관성이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 락인 효과가 됩니다.
그런데 AI는 귀찮음을 느끼지 않습니다.
가격을 매일 확인할 수도 있고, 고객센터와 장시간 대화할 수도 있으며, 더 좋은 조건이 발견되는 순간 소비자에게 알려줄 수도 있습니다.
AI 에이전트가 보편화되면 소비자는 지금보다 훨씬 쉽게 서비스 제공자를 바꿀 수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그동안 당연하게 누려왔던 고객의 관성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보험과 통신이 특히 민감한 이유
보험과 통신업은 이런 변화에 특히 민감할 수 있습니다.
보험료가 비싸다고 느껴도 다른 보험사의 보장내용을 일일이 비교하는 것은 상당히 번거롭습니다.
하지만 AI가 수십 개 상품의 보험료와 보장조건을 동시에 비교해준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통신도 비슷합니다.
AI가 현재 사용패턴을 분석하고 더 저렴한 요금제를 찾은 뒤, 통신사와 할인협상까지 대신한다면 소비자가 기존 요금제를 그대로 유지할 이유가 줄어듭니다.
결국 경쟁이 심해지고 가격 투명성이 높아질수록 기업들의 마진은 낮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기존 플랫폼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물론 AI 에이전트가 여행사나 보험회사, 은행을 모두 대체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친 해석입니다.
AI 역시 결국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시스템을 이용해야 합니다.
비행기를 운항하는 것은 항공사이고,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은 보험사이며, 숙박시설을 제공하는 것은 호텔입니다.
중요한 것은 ‘서비스 제공자’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서비스 제공자 사이에 있던 중간 단계의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기존 플랫폼이 AI와 직접 연동되거나 자신들의 데이터와 결제 인프라를 제공한다면 오히려 새로운 수익기회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단순히 “AI 때문에 어떤 업종이 망한다”라고 보기보다는 어떤 기업이 AI 에이전트에게 선택받는 플랫폼이 되는가
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큰 변수는 개인정보와 금융보안
AI 에이전트가 모든 것을 대신해주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개인정보입니다.
이메일, 일정, 신용카드, 구매내역, 위치정보, 항공권, 통신사 계정 등 상당히 민감한 정보가 AI와 연결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글로벌 은행들은 AI 쇼핑 에이전트가 결제와 금융정보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사기·개인정보 보호·책임소재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AI가 잘못된 상품을 결제하거나 사기 사이트에서 거래를 진행했을 경우 누가 책임질 것인지도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결국 AI 에이전트의 확산 속도는 기술력뿐 아니라 신뢰와 보안이 결정할 가능성이 큽니다.
AI 시대의 진짜 변화는 ‘검색’보다 ‘행동’에서 시작될 수 있다
저는 Muse의 성공 여부보다 더 중요한 변화가 있다고 봅니다.
바로 AI가 사람의 ‘행동’을 대신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ChatGPT가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검색 방식이 달라질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AI 에이전트가 본격화되면 검색보다 훨씬 큰 변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검색, 비교, 선택, 구매,결제, 사후관리 이 모든 과정에 AI가 개입하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두 가지 변화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AI 연산량이 폭발하면서 CPU·GPU·HBM·DRAM 같은 반도체 인프라 수요가 계속 증가합니다.
반대쪽에서는 소비자가 더 쉽게 가격을 비교하고 이동하면서 여행·보험·통신·금융·각종 플랫폼 기업들의 기존 수익모델이 압박받을 수 있습니다.
결국 AI 에이전트 시대의 가장 중요한 투자 질문은 “AI를 누가 가장 잘 만드는가?” 뿐만 아니라
“AI가 사람 대신 행동하기 시작했을 때 누가 더 많은 돈을 벌고, 누가 기존의 마진을 잃게 되는가?” 가 될 것 같습니다.
Muse는 어쩌면 그 변화를 처음으로 주식시장에 보여주기 시작한 사례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