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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리다임 IPO, SK하이닉스 주주에게 정말 악재일까?

by talk85719 2026. 9. 27.

50조에 상장하는 것과 200조에 상장하는 것은 이야기가 다르다

불과 한두 달 전만 해도 SK하이닉스의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Solidigm) 상장설은 시장에서 상당히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당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또 중복상장이냐”, 심지어는 SK하이닉스 주주들이 적자 시절 투자 부담을 다 감수했는데 이제 돈을 벌기 시작하니 알짜 사업을 떼어내는 것 아니냐는 강한 불만까지 나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다시 나온 솔리다임 IPO 뉴스는 조금 다르게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불과 8월까지만 해도 시장에서 거론됐던 솔리다임 기업가치는 약 50조원 수준이었지만, 이번에는 최대 1,500억 달러, 우리 돈 약 204조원이라는 숫자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같은 IPO라도 50조원짜리 회사를 상장하는 것과 200조원짜리 회사를 상장하는 것은 SK하이닉스 주주 입장에서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8월에는 왜 그렇게 욕을 먹었을까?

지난 8월 보도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당시 약 5조~10조원 규모의 프리IPO를 추진하고 있었고, 시장에서는 솔리다임 전체 기업가치를 약 50조원 수준으로 예상했습니다.

 

문제는 가격이었습니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2021년 인텔의 NAND 및 SSD 사업을 인수하며 만든 회사입니다. SK하이닉스는 약 90억 달러라는 막대한 돈을 들였고, 이후 NAND 업황이 좋지 않았던 기간에는 적자와 투자 부담도 감수했습니다.

 

그런데 AI 데이터센터 시장이 커지면서 기업용 SSD, 즉 eSSD 사업이 본격적으로 좋아지기 시작하는 시점에 자회사를 따로 상장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입니다.

 

주주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힘들 때는 SK하이닉스 주주 돈으로 키우고, 이제 돈을 벌기 시작하니 외부 투자자에게 지분을 나눠주는 것 아닌가?”

실제로 당시 시장에서도 SK그룹의 복잡한 상장 구조와 함께 중복상장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크게 제기됐습니다.

 

저 역시 당시 50조원 정도의 밸류라면 주주들의 반발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200조원’이라는 숫자가 나왔다

9월 26일 보도를 보면 분위기가 꽤 달라졌습니다.

로이터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최근 투자은행들을 대상으로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이른바 베이크 오프(Bake-off)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이르면 2027년 미국 증시에 상장할 가능성이 거론되며, 예상 기업가치 최대 1,500억 달러, 약 204조원, 예상 자금조달 규모 약 150억 달러, 약 20조원이라는 상당히 큰 숫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IPO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이 숫자가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시장이 불과 두 달 전보다 솔리다임의 가치를 완전히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8월 약 50조원에서 현재 최대 200조원이 거론된다면 단순히 가격이 조금 올라간 수준이 아니라 기업의 가치평가 프레임 자체가 바뀌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50조에 지분 20%를 파는 것과 200조에 10%를 파는 것은 다르다

숫자로 보면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솔리다임이 50조원 가치로 평가받을 때 외부 투자자에게 20%의 지분을 넘긴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외부에 넘어가는 지분가치는 약 10조원이고 SK하이닉스 측에 남는 지분가치는 약 40조원입니다.

 

반면 솔리다임이 200조원의 가치를 인정받고 10% 지분을 IPO를 통해 외부에 내놓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20조원을 조달하면서도 모회사 측에는 여전히 180조원 상당의 지분가치가 남을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 IPO는 신주발행인지 구주매출인지, SK하이닉스의 최종 지분율이 얼마인지에 따라 계산이 크게 달라집니다.\

 

하지만 핵심은 분명합니다.

‘상장을 하느냐’보다 ‘얼마의 가치로 얼마만큼의 지분을 외부에 내놓느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기업가치별로 계산하면 더 명확하다

간단하게 솔리다임 IPO 이후 SK하이닉스 측이 80%의 지분을 유지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솔리다임 기업가치SK하이닉스 측 지분 80% 가치

같은 20%를 시장에 내놓더라도 결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50조원짜리 회사를 상장하면 SK하이닉스에 남는 지분가치는 40조원이지만, 200조원을 인정받는다면 남는 지분가치는 160조원입니다.

 

여기에 IPO로 약 20조원의 현금까지 조달할 수 있다면 단순히 “알짜 자회사를 떼어낸다”는 논리만으로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자회사 지분가치 160조원이 그대로 SK하이닉스 시가총액에 160조원 추가된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라는 것입니다.

모회사 할인, 지주회사 구조, 중복상장 할인 등 여러 요소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핵심은 AI가 NAND의 가치를 바꾸고 있다는 것

 

제가 이번 뉴스에서 더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사실 IPO 자체보다 솔리다임의 가치가 왜 이렇게 급격하게 높아졌느냐입니다.

솔리다임은 현재 서버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기업용 SSD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최근 AI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NAND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미국 내 NAND 생산기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과거 AI 반도체 투자 논리는 주로 GPU와 HBM에 집중됐습니다.

엔비디아 GPU가 늘어나면 SK하이닉스의 HBM 수요가 증가하는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AI 사용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확산될수록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AI가 만들어내고 사용하는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 그 데이터를 저장할 대용량 스토리지도 필요합니다.

 

즉,GPU 증가 → HBM 수요 증가뿐 아니라 AI 데이터 증가 → eSSD·NAND 수요 증가라는 또 하나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동안 SK하이닉스의 가치를 HBM 중심으로 봤다면 솔리다임은 AI 시대의 두 번째 성장축으로 평가받기 시작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중복상장 논란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이번 IPO가 무조건 좋은 뉴스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솔리다임 IPO가 진행된다면 반드시 확인해야 할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상장 밸류에이션입니다.

현재 이야기처럼 150조~200조원 수준을 실제 시장에서 인정받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두 번째는 IPO 이후 지분율입니다.

SK하이닉스 측이 80~90%의 지분을 유지하는 것과 50~60% 수준까지 크게 희석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세 번째는 조달한 돈을 어디에 사용하는가입니다.

20조원을 조달해 단순 재무구조 개선에 쓰는지, 아니면 AI 데이터센터용 SSD와 미국 NAND 생산능력을 확대해 솔리다임의 가치를 더 키우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기존 SK하이닉스 주주를 위한 보상책이 있는지도 봐야 합니다.

 

중복상장 논란이 큰 한국 시장의 특성상 대규모 IPO를 추진한다면 추가적인 주주환원 정책과 함께 진행할 가능성 역시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8월과 지금은 같은 IPO 뉴스지만 내용은 다르다

정리해 보면 저는 솔리다임 IPO를 단순히 “중복상장이니 악재”라고만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8월처럼 50조원 수준의 기업가치에서 대규모 지분을 외부에 넘기는 구조라면 기존 SK하이닉스 주주들의 반발은 충분히 이해할 만합니다.

 

하지만 정말 솔리다임이 150조~200조원의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소수 지분만 IPO하고, 20조원 안팎의 대규모 자금을 확보해 AI 데이터센터 사업에 재투자한다면 상황은 상당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IPO라는 행위 자체가 아닙니다.

얼마의 가격에, 얼마의 지분을 팔고, 그 돈을 어디에 쓰느냐.

저는 앞으로 솔리다임 IPO 뉴스를 볼 때 이 세 가지를 가장 먼저 확인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번 IPO 뉴스가 우리에게 주는 더 중요한 시사점은 따로 있을지도 모릅니다.

 

시장은 이제 SK하이닉스를 단순히 HBM 회사로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HBM과 AI 데이터센터용 스토리지를 동시에 보유한 회사로 재평가하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요?

솔리다임의 200조원이라는 숫자가 실제 IPO 과정에서 어느 정도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