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편에서는 DRAM, NAND, HBM이 무엇인지 정리했고, 2편에서는 중국의 CXMT와 YMTC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얼마나 빠르게 따라오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이번 3편에서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보려고 합니다.
중국 메모리 업체의 성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분명 경쟁입니다.
그런데 반도체 장비·소재·부품 업체 입장에서도 과연 악재일까요?
저는 오히려 일부 소부장 기업에는 상당히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완성품 업체와 소부장의 이해관계는 다를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 CXMT와 YMTC의 증설은 반갑지 않습니다.
생산능력이 늘어나면 시장점유율 경쟁이 심해지고, 장기적으로는 DRAM이나 NAND 가격에도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부장은 조금 다릅니다.
장비업체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반도체 공장이 얼마나 많이 지어지고, 얼마나 많은 웨이퍼가 생산되느냐입니다.
예를 들어 글로벌 메모리 생산능력이 100에서 150으로 늘어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장점유율은 낮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 FAB가 늘어나면 증착·식각·세정·열처리 장비와 각종 소재·부품의 수요는 오히려 증가합니다.
즉, 삼성전자·SK하이닉스 증설과 Micron, CXMT, YMTC의 증설이 동시에 진행된다면 소부장 업체가 상대할 수 있는 전체 시장은 더 커지는 것입니다.

CXMT의 대규모 투자가 실제로 시작되고 있다
이 논리는 이미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국 최대 DRAM 업체 CXMT는 2026년 대규모 IPO를 통해 약 295억위안, 원화 기준 약 6조원 수준의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됐고, 시장에서는 상당 부분이 설비투자에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증권가에서도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주성엔지니어링, 코미코, 티씨케이 등 국내 소부장 업체를 CXMT 증설의 잠재적 수혜 기업으로 거론했습니다.
최근에는 CXMT가 기존 DRAM을 넘어 NAND 시장 진출까지 추진하고 있습니다.
Reuters에 따르면 CXMT는 베이징 신규 시설에 3D NAND 연구개발 라인을 계획하고 있으며, AI와 슈퍼컴퓨팅용 저장장치를 개발하는 고객들과도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즉 중국 메모리 투자의 범위가 DRAM에만 머물지 않고 NAND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2006년 조선업과 닮은 또 하나의 장면
이 상황을 보면 다시 2000년대 중반 조선업이 떠오릅니다.
당시 중국이 대규모 조선소를 짓기 시작하면서 한국 조선사에는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초기에는 중국 조선소가 모든 기자재를 자체적으로 만들 수 없었습니다.
선박 엔진, 특수 밸브, 기자재 등 기술력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한국과 해외 공급업체의 도움을 받아야 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한국 조선 기자재 업체에는 오히려 새로운 고객시장이 열렸습니다.
반도체도 비슷한 구조가 가능합니다.
중국이 메모리 반도체 생산능력을 빠르게 늘린다고 해도 모든 장비와 소재를 단기간에 국산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중국 업체 입장에서도 수율과 생산성을 빠르게 올리려면 이미 기술력이 검증된 한국·미국·일본 장비와 소재 업체를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중국의 추격이 한국 메모리 업체에는 경쟁이지만, 한국 소부장에는 새로운 고객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소재·부품 업체에는 더 재미있는 구조
개인적으로는 장비뿐 아니라 소재와 소모성 부품도 흥미롭게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비는 신규 FAB 건설이나 CAPEX 확대 시점에 대규모 매출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반도체 생산이 시작되면 세정·코팅, 실리콘 부품, 각종 고순도 소재 등은 계속 교체하거나 소비해야 합니다.
즉, FAB 증가, 웨이퍼 투입 증가, 공정 횟수 증가, 소재·부품 사용량 증가라는 반복적인 매출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기업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 아니라 CXMT나 YMTC까지 고객으로 확보한다면 특정 고객 의존도도 낮아집니다.
말 그대로 글로벌 반도체 CAPEX 증가의 ‘통행료’를 받는 구조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국산화라는 두 번째 파도가 온다
물론 여기에는 중요한 위험도 있습니다.
중국은 메모리 반도체만 국산화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반도체 장비와 소재 역시 동시에 국산화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Reuters에 따르면 중국의 AMEC 같은 업체들은 식각과 증착 장비에서 빠르게 기술력을 높이고 있고, 중국 장비 업체들이 2026년 중국 내 반도체 장비시장의 최대 약 40%까지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서도 일부 중국 장비를 시험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이 점은 과거 조선업과 상당히 비슷합니다.
처음에는 중국 조선업의 성장이 한국 기자재 기업에 기회가 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이 기자재까지 국산화하면서 경쟁이 확대됐습니다.
반도체 소부장도 같은 길을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모든 소부장이 수혜주는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단순히 “중국 매출이 있다”가 아닙니다.'
저라면 네 가지를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 중국 업체가 쉽게 국산화하기 어려운 기술을 갖고 있는가.
2. CXMT·YMTC 등 중국 메모리 업체에 실제 납품 레퍼런스가 있는가.
3. 장비를 한 번 판매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모품·부품·서비스 등 반복매출이 발생하는가.
4. 삼성전자·SK하이닉스 외 글로벌 고객 비중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가.
이 조건을 만족하는 기업이라면 중국의 추격이 오히려 고객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중국의 추격을 꼭 한국 반도체의 위기로만 볼 필요는 없다
앞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범용 DRAM·NAND 시장점유율은 중국 업체의 성장으로 일부 낮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AI가 글로벌 메모리 수요를 크게 늘리고 있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Micron뿐 아니라 CXMT와 YMTC까지 설비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반도체 소부장의 전체 시장은 오히려 커질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장점유율을 얼마나 유지할까?”만이 아니라,
“전 세계 반도체 생산능력이 얼마나 커지고, 그 과정에서 어떤 기업이 가장 많은 고객에게 장비와 소재를 공급할 수 있을까?”
가 아닐까 싶습니다.
과거 조선업에서도 중국의 추격은 한국 조선사에는 위협이었지만, 한동안 기자재 시장에는 새로운 성장기회를 만들었습니다.
지금 반도체 시장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시작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