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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분석

코스피 9,200 재돌파 가능할까? 외국인 수급으로 본 조정 원인과 10,000의 조건

by DK in the house 2026. 10. 8.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전망을 보면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반도체 업황은 여전히 강하고 증권사들의 이익 전망도 계속 올라가고 있는데, 코스피는 왜 이전 고점인 9,200선을 넘지 못하고 큰 조정을 받았을까요?

 

저는 그 답을 기업의 펀더멘털보다는 ‘수급’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실적만 놓고 보면 코스피는 이미 전고점을 넘어섰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주식시장은 실적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아무리 기업의 이익이 좋아도 결국 그 가격에 주식을 계속 사줄 사람이 있어야 주가는 올라갑니다.

이 상승장이 바로 그 사실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고 생각합니다.

 

코스피 2,000에서 4,000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지난해 2,000대였던 코스피가 3,000, 4,000을 넘어가는 과정에서는 비교적 자연스러운 상승이 이어졌습니다.

AI 투자 확대와 메모리 반도체 호황 기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으로 연결되기 시작했고, 실적 추정치가 올라가면서 국내외 자금이 한국 증시로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지수가 5,000을 넘어가면서부터였습니다.

이때부터 외국인 수급 안에서도 서로 다른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흔히 우리는 외국인을 하나의 투자주체처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해외 연기금과 글로벌 롱펀드가 있고, 헤지펀드가 있으며,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자기자본 또는 파생상품 헤지 수요도 있습니다.

이들의 투자 목적과 움직임은 전혀 다릅니다.

 

지수 5,000부터 시작된 글로벌 롱펀드의 매도

가장 먼저 변화가 나타난 곳은 글로벌 연기금과 롱펀드였습니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히 “한국 주식이 앞으로 더 오를 것인가”만이 아닙니다.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한국의 비중이 얼마인가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글로벌 펀드가 한국 주식을 5%만 보유하도록 정해놓았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한국 증시만 다른 나라보다 훨씬 많이 오르면 새로운 주식을 사지 않아도 한국 주식의 비중은 자연스럽게 6%, 7%로 올라갑니다.

그러면 운용자는 한국 전망이 좋다고 생각하더라도 일정 부분을 팔아 다시 목표 비중으로 내려야 합니다.

어제 이야기했던 ETF 리밸런싱과 본질적으로 비슷합니다.

 

2026년 한국 증시가 세계 주요 시장을 압도적으로 상승하면서 글로벌 포트폴리오 내 한국 비중 역시 빠르게 높아졌습니다.

따라서 어느 시점부터 해외 연기금과 롱펀드에서는 한국 주식을 기계적으로 줄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급락 과정에서 외국인 자금 유출 규모도 상당했습니다. 7월 중순 Reuters는 한국 증시가 고점 이후 약 25% 하락하는 동안 외국인 자금이 대규모로 빠져나갔다고 전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매도가 반드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망이 나빠졌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당시 외국인 매도 중 상당 부분은 기업 펀더멘털 악화보다는 글로벌 자산배분 과정에서 발생한 리밸런싱 매도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코스피 지수와 투자주체 누적수급 추이

그런데 헤지펀드는 오히려 한국을 더 샀다

흥미로운 것은 같은 외국인이라도 헤지펀드의 움직임은 달랐다는 점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이 계속 올라가자 상승장에서 수익을 추구하는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오히려 이 두 종목의 비중을 크게 늘렸습니다.

현물 주식을 직접 매수하기도 하지만 대규모 글로벌 펀드는 레버리지를 활용하기 위해 투자은행과 주식스왑(TRS)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구조는 어렵지 않습니다.

헤지펀드가 글로벌 투자은행에 삼성전자 1,000억 원어치를 매수하는 경제적 효과를 가진 스왑을 요청하면, 투자은행은 그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실제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합니다.

따라서 화면에는 투자은행 창구의 매수로 보이지만 경제적 최종 투자자는 해외 헤지펀드일 수도 있습니다.

이번 상승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해외 헤지펀드의 수요는 상당히 강했습니다.

 

스왑 거래가 급증하면서 일부 글로벌 IB들은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주식스왑 익스포저가 상당 수준까지 올라갔고, 일부 물량은 국내 증권사와 백투백 형태로 위험을 이전하는 수요까지 나타났습니다.

국내 증권사 역시 무한대로 스왑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마다 거래상대방 한도와 포지션 한도, 시장위험 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시장 전체의 레버리지 공급 능력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비싼 비용을 내면서까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샀다

당시 시장의 열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파생상품 가격이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사고 싶어 하는 수요가 워낙 강하다 보니 스왑 비용이 상당히 높은 수준까지 올라갔는데도 매수 수요가 이어졌습니다.

 

일부 구간에서는 SK하이닉스 선물 베이시스가 주당 4만원이상 수준까지 확대되기도 했습니다.

월 단위 만기를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연환산 비용입니다.

일반적인 시장이라면 이런 비용을 보고 매수를 포기해야 합니다.

 

하지만 당시에는“비용이 얼마인가”보다 “주가가 더 오르기 전에 포지션을 확보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해진 시장이었습니다.

상승장에서 흔히 나타나는 FOMO가 기관투자자 영역에서도 나타난 셈입니다.

 

국내 기관과 개인까지 뒤늦게 가세했다

국내 기관도 초반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상승을 충분히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벤치마크 대비 두 종목 비중이 낮아서 지수보다 성과가 뒤처지는 상황이 발생했고, 결국 뒤늦게 반도체 비중을 높여야 했습니다.

이 역시 주가 상승을 더욱 가속했습니다.

 

여기에 개인투자자의 신용매수까지 가세했습니다.

증권사의 신용공여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정도로 개인의 레버리지 매수가 늘면서 사실상 시장의 주요 투자주체 대부분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됐습니다.

 

코스피가 9,000을 넘어간 뒤에도 매수세는 쉽게 꺾이지 않았습니다.

바로 이 시점이 오히려 가장 위험한 순간이었습니다.

 

문제는 '다음 매수자는 누구인가'였다

주식시장에서 모두가 주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일이 아닙니다.

새로운 매수자가 사라졌다는 뜻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코스피가 9,000을 넘어섰을 무렵 시장 구조를 단순화하면 이랬습니다.

글로벌 롱펀드는 이미 한국 비중이 너무 높아져 매도하고 있었습니다.

헤지펀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규모로 매수한 상태였습니다.

글로벌 IB의 스왑 공급 여력도 상당 부분 사용됐습니다.

국내 증권사의 스왑 여력 역시 빠르게 소진됐습니다.

 

국내 기관도 뒤늦게 반도체를 상당 부분 채웠습니다.

개인까지 신용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매수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마지막 질문 하나가 남습니다.

“여기서 주가를 더 끌어올릴 사람은 누구인가?”

펀더멘털은 여전히 좋았지만 수급의 추가 확장 여력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시작된 눈치게임

이 상황에서 주가가 조금만 떨어지면 문제가 생깁니다.

레버리지를 쓰지 않은 장기 투자자는 기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레버리지를 크게 사용한 헤지펀드는 다릅니다.

주가가 떨어지면 담보를 추가로 넣어야 하고, 추가 담보를 넣지 못하면 포지션을 줄여야 합니다.

따라서 시장이 꺾이는 순간부터“누가 먼저 파느냐”의 게임이 시작됩니다.

늦게 파는 투자자는 더 낮은 가격에 매도하면서 동시에 더 큰 마진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7월 아시아 주식형 롱숏 헤지펀드들은 기록적인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Goldman Sachs 자료를 인용한 Reuters 보도에 따르면 아시아 주식 롱숏펀드는 7월 28일까지 평균 18.6%의 손실을 기록했고, 상반기 큰 수익을 안겨줬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AI 관련 포지션의 급격한 청산이 중요한 원인이었습니다.

결국 올라갈 때 레버리지가 상승을 증폭했던 것처럼 내려갈 때는 같은 레버리지가 하락을 증폭했습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도 하락을 키웠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도 영향을 줬습니다.

레버리지 ETF는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 목표 레버리지 배율을 맞추기 위해 기초주식을 추가로 매도해야 합니다.

주가 하락

→ ETF의 기초주식 매도

→ 추가 주가 하락

→ 다시 ETF 매도

라는 악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Goldman Sachs도 7월 코스피 급락 과정에서 이러한 레버리지 ETF의 기계적인 디레버리징이 시장 변동성을 확대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저는 이것을 이번 조정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이미 레버리지와 포지션이 극단적으로 쌓여 있었던 시장에서 하락 속도를 빠르게 만든 증폭장치에 가까웠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여기서부터가 앞으로의 코스피를 판단하는 데 더 중요합니다.

 

첫 번째 변화는 글로벌 주식시장의 키 맞추기입니다.

한국 증시가 먼저 압도적으로 상승했던 상반기와 달리 조정 기간 동안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상당 부분 따라 올라왔습니다.

즉 글로벌 포트폴리오 안에서 한국만 유난히 비중이 커졌던 문제가 이전보다 완화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번째는 레버리지 포지션 정리입니다.

JP모건은 7월 말 한국 증시 급락을 분석하면서 헤지펀드 디레버리징이 약 90% 진행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상승장에서 과도하게 쌓였던 포지션 상당 부분이 조정을 통해 정리됐다는 뜻입니다.

 

세 번째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동안 주가가 크게 조정을 받았는데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의 실적 전망은 크게 훼손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최근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역시 AI 수요와 메모리 공급 부족에 힘입어 큰 폭의 증가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결국 주가는 내려왔는데 이익 전망은 유지되거나 올라간 것입니다.

이것은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변화입니다.

 

코스피 10,000의 열쇠는 다시 롱펀드다

그래서 저는 코스피가 전고점인 9,200을 다시 넘어서는 가장 중요한 신호를 외국인 롱펀드자금에서 찾고 있습니다.

헤지펀드가 다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살 수도 있습니다.

개인이 다시 신용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과거와 같은 상승장을 만드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글로벌 연기금과 장기 롱펀드입니다.

올해 초처럼 한국 주식의 상대적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상황이 아니라면 이들의 기계적인 리밸런싱 매도 압력도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추정치가 계속 올라가고 글로벌 롱펀드가 다시 한국 비중을 늘리기 시작한다면 상황은 상당히 달라집니다.

지난번 9,200에서는 롱펀드가 팔고 헤지펀드와 개인이 그 물량을 받아주는 구조였습니다.

다음 상승장에서 롱펀드까지 매수에 가담한다면 수급 구조 자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9,200은 펀더멘털의 고점이 아니었다

좋은 기업을 찾는 것만으로 시장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실적이 좋아도 이미 대부분의 투자자가 충분히 매수한 상태라면 주가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새로운 자금이 필요합니다.

 

반대로 펀더멘털은 그대로인데 과도했던 포지션과 레버리지만 정리됐다면 다음 상승을 위한 여건은 오히려 좋아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제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만이 아닙니다. 글로벌 롱펀드가 다시 한국 주식 순매수로 전환하는지입니다.

 

실적과 장기 외국인 자금이 다시 같은 방향을 바라보기 시작한다면 코스피 9,200은 목표가 아니라 지나가야 할 이전 고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 경우 코스피 10,000 역시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