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는 Meta의 개인 AI 에이전트 ‘Muse’를 통해 AI 산업이 단순한 생성형 AI를 넘어 본격적인 ‘추론(Inference)과 Agentic AI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특히 Muse가 빠르게 사용자를 확보하면서 AI의 사용 주체가 개발자나 기업을 넘어 일반 소비자로 확대되고, 이에 따라 토큰 소비량과 컴퓨팅 파워 수요 역시 한 단계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이후 시장의 움직임을 살펴보니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Agentic AI의 확산으로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 바로 CPU입니다.
지금까지 AI 반도체 투자에서 시장의 시선은 대부분 GPU와 HBM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AI가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여러 프로그램과 도구를 사용해 실제 업무를 수행하기 시작하면서, 전체 작업을 조율하는 CPU의 역할이 다시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주식시장에서는 AMD와 Intel이 이러한 새로운 성장 스토리의 직접적인 수혜주로 부각되며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더 던져볼 수 있습니다.
CPU 서버가 늘어난다면 과연 CPU 업체만 수혜를 받는 것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Agentic AI가 만들어내고 있는 새로운 CPU 수요가 결국 서버 DRAM과 Enterprise SSD 수요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아직 시장에서 충분히 주목받지 못한 또 하나의 AI 수혜주가 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Agentic AI는 왜 CPU를 더 많이 필요로 할까?
기존의 생성형 AI는 비교적 단순했습니다.
사용자가 질문을 하면 모델이 GPU에서 연산한 뒤 답변을 돌려주는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AI Agent는 다릅니다.
하나의 명령을 처리하기 위해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작업을 여러 단계로 분해하고, 필요한 데이터를 검색하고, API나 프로그램을 호출하고, 브라우저를 실행하고, 결과를 다시 확인한 뒤, 다음 작업을 결정합니다.
이 과정에서 GPU가 모델 추론을 담당한다면 CPU는 전체 작업을 조율하고 데이터 이동, 프로그램 실행, 네트워크 연결, 스토리지 접근 등을 담당합니다.
AMD는 올해 Agentic AI가 기존 GPU 중심 데이터센터 구조를 변화시킬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GPU 서버에 CPU를 몇 개 더 붙이는 것이 아니라, AI Agent를 구동하기 위한 별도의 CPU 서버 랙이 GPU 서버 옆에 추가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Intel 역시 비슷한 방향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Intel은 Xeon CPU를 Agentic AI 환경에서 orchestration과 데이터 이동, 지속적인 inference를 담당하는 핵심 인프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6년 2분기 Intel의 데이터센터 및 AI 매출도 Agentic AI에 따른 서버 CPU 수요 증가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결국 시장에서는 이런 변화가 하나의 새로운 투자 스토리로 받아들여졌습니다.

AMD와 Intel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AMD의 주가 움직임은 이를 가장 잘 보여줍니다.
AMD는 9월 21일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당시 주가는 연초 대비 약 185% 상승한 상태였습니다.
물론 AMD의 상승을 Agentic AI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AI GPU, EPYC 서버 CPU, 데이터센터 시장점유율 확대, AI 시스템 사업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Agentic AI가 새로운 CPU 수요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가 AMD와 Intel의 서버 CPU 사업을 다시 조명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CPU 서버가 늘어나면 CPU만 더 필요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CPU 서버가 늘어나면 결국 DRAM도 같이 늘어난다
서버 한 대에는 CPU만 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CPU가 일을 하기 위해서는 대용량 DRAM이 필요하고, 데이터 저장과 검색을 위해 SSD도 필요합니다.
특히 Agentic AI는 여러 사용자의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고 긴 컨텍스트를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검색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AI보다 메모리와 스토리지 사용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TrendForce는 Agentic AI 확산으로 서버 DRAM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2026년 2분기 서버 DRAM 매출은 전분기 대비 53% 증가했고, AI 서버 확대로 고용량 RDIMM과 DDR5 수요가 크게 늘었습니다.
9월 발표된 DRAM 시장 분석에서도 Agentic AI 애플리케이션 증가가 다양한 용량의 RDIMM 수요를 추가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흐름은 다음과 같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Agentic AI 확산->AI Agent 수 증가->CPU 서버 증가->서버 DRAM 증가->Enterprise SSD 증가
여기까지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연결됩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HBM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
지난 몇 년 동안 AI와 메모리반도체를 연결하는 공식은 사실상 하나였습니다.
AI ->GPU->HBM
그래서 SK하이닉스의 AI 프리미엄 역시 대부분 HBM에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Agentic AI 시대에는 공식이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AI Agent->GPU + CPU 서버->HBM + DDR5 + Enterprise SSD로 수요의 범위가 넓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변화가 중요합니다.
HBM뿐만 아니라 일반 서버 DRAM과 NAND까지 AI의 직접적인 수혜 영역으로 들어오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Agentic AI 확산과 AI 인프라 투자 증가로 하반기 서버 DRAM, Enterprise SSD, HBM 수요 증가가 가속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SK하이닉스 역시 AI가 대규모 학습에서 Agentic AI로 진화하면서 반복적인 실시간 inference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DRAM과 NAND 양쪽의 메모리 수요 기반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이것은 아직 막연한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미 메모리 업체의 실적 안에서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NAND가 더 흥미로울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이번 Agentic AI 변화에서 특히 흥미로운 영역은 NAND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AI 투자에서는 NAND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습니다.
GPU와 HBM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Agentic AI는 계속해서 데이터를 읽고 저장하고 검색해야 합니다.
TrendForce에 따르면 2026년 Enterprise SSD bit 수요는 전년 대비 8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AI inference 인프라 확대와 Agentic AI 확산으로 실시간 검색과 caching에 필요한 데이터가 급증하면서 Enterprise SSD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1분기 글로벌 상위 5개 Enterprise SSD 업체의 매출은 전분기 대비 86.1% 증가한 184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여기서 삼성전자는 약 70억5000만 달러의 Enterprise SSD 매출을 기록했고, SK하이닉스와 Solidigm을 합친 SK그룹도 약 46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Agentic AI가 단순히 CPU의 스토리만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아직 ‘Agentic AI 프리미엄’을 받고 있을까?
물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AI 수혜를 전혀 받지 않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미 HBM과 메모리 가격 상승, AI 서버 투자 증가가 실적과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되어 있습니다.
다만 최근 미국 시장에서는 조금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AMD와 Intel 등 CPU 업체에는 Agentic AI가 새로운 성장 서사로 부각되면서 기존 AI 스토리에 또 하나의 프리미엄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여전히 주로 HBM 가격, DRAM 가격, 메모리 사이클, 실적 전망이라는 전통적인 프레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Agentic AI가 실제로 서버 CPU 수요를 구조적으로 늘린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CPU 서버가 늘어나는 만큼 DDR5가 필요하고, AI Agent가 더 많은 데이터를 다루는 만큼 Enterprise SSD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TrendForce는 아예 Agentic AI를 글로벌 메모리 수요의 구조적 성장 요인으로 보고 있으며 2027년까지 DRAM과 NAND 시장의 추가 확대를 전망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AI 사이클은 HBM에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지난 AI 사이클의 중심에는 Nvidia GPU와 HBM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음 단계에서는 조금 다른 그림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GPU가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GPU 위에 새로운 수요가 하나 더 쌓이는 것입니다.
AI가 질문에 답하는 도구에서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Agent로 진화한다면 데이터센터에는 더 많은 GPU뿐만 아니라 더 많은 CPU, DRAM, SSD, 네트워크 장비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Agentic AI의 투자 스토리 역시 Nvidia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AMD·Intel그리고 다시 삼성전자,SK하이닉스,Micron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최근 AMD와 Intel의 주가가 먼저 움직였다면, 앞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이 새로운 CPU 수요가 실제 서버 출하량과 서버 DRAM, Enterprise SSD 주문으로 얼마나 빠르게 연결되는가입니다.
만약 그 숫자가 확인되기 시작한다면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단순한 ‘HBM 수혜주’가 아니라
‘Agentic AI 시대의 메모리 인프라 기업’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이 현재 메모리주를 볼 때 아직 시장에서 충분히 부각되지 않은 또 하나의 투자 포인트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