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부동산 세제개편안이 발표되면서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가 다시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개편을 단순히 ‘부동산 세금이 오른다’ 또는 ‘1주택자는 세금이 줄어든다’ 정도로 이해하면 핵심을 놓치기 쉽습니다.
이번 세제개편의 가장 큰 특징은 주택 수 중심의 과세에서 주택가격과 실제 거주 여부를 더욱 중요하게 보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 부동산 세제와 무엇이 달라지는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 본 글은 2026년 9월 1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정부안을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아직 국회 심사 전이므로 최종 내용은 변경될 수 있습니다.
과거 부동산 세제는 ‘몇 채를 가지고 있는가’가 중요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부동산 세제의 핵심은 다주택자에 대한 강한 규제였습니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나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종부세와 양도세를 중과하면서 사실상 “여러 채를 보유하면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하겠다”는 정책 방향이었습니다.
따라서 주택가격 자체보다 주택 수가 세부담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대표적인 현상이 이른바 ‘똘똘한 한 채’였습니다.
여러 채를 보유하기보다 서울 강남·서초·용산 등 핵심지역의 고가주택 한 채를 보유하는 것이 세금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해진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다주택 규제를 크게 완화했다
2022년 이후에는 방향이 상당 부분 바뀌었습니다.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는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아졌고, 일반 기본공제 역시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라갔습니다.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중과도 상당 부분 완화됐고,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역시 일정 기간 유예됐습니다.
정책 방향을 간단하게 표현한다면 ‘부동산 보유 자체에 대한 징벌적 과세를 완화하고 거래를 정상화한다’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2026년 개편의 핵심은 ‘실거주’다
이번 세제개편은 앞선 두 시기와 또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 중 하나가 바로 실제 거주 여부입니다.
쉽게 말하면 과거에는
“몇 채를 가지고 있습니까?”
가 중요한 질문이었다면 앞으로는
“그 집에 실제로 살고 있습니까?”
가 훨씬 중요해지는 것입니다.
실제로 정부 역시 이번 개편의 정책 방향을 ‘거주 중심의 주택시장 정착’과 ‘과세형평 제고’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실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는 14억원으로 확대
현재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는 12억원입니다.
정부안에서는 실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14억원으로 확대합니다.
공시가격 14억원까지는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시가 기준으로 약 20억원 수준의 실거주 주택까지는 종부세 부담이 상당히 줄어들 수 있습니다.
반면 당초 8월 3일 발표된 세제개편안에서는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줄이는 방안이 포함돼 큰 논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의견수렴 과정에서 이 부분은 수정됐습니다.
9월 1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정부안에서는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현행 12억원으로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따라서 현재 정부안 기준으로는
실거주 1주택 → 14억원 공제
비거주 1주택 → 12억원 공제
의 차이가 생깁니다.
종부세는 ‘주택 수’보다 ‘주택 가격’ 중심으로 바뀐다
이번 개편에서 가장 구조적인 변화 중 하나입니다.
현재 종부세는 주택 수에 따라 적용 세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부는 이를 단계적으로 주택가액 중심의 세율체계로 일원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 다주택자 중과 중심의 종부세 체계에서 상당히 큰 방향 전환입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동일한 30억원의 주택을 가지고 있더라도
30억원 주택 한 채를 가진 사람과
10억원 주택 세 채를 가진 사람의
종부세 부담이 크게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몇 채냐’보다 ‘얼마짜리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느냐’가 훨씬 중요한 변수가 되는 것입니다.
고가 1주택이라고 무조건 세제상 유리한 시대도 달라질 수 있다
이 변화는 강남·서초·용산 등 고가주택 시장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다주택자를 강하게 규제하면서 자산가들이 여러 채를 정리하고 고가주택 한 채에 집중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종부세 세율이 주택가액 중심으로 바뀐다면 고가 1주택 역시 지금보다 높은 세부담을 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부 역시 실거주 1주택은 최대한 보호하되 시가 40억~50억원을 넘어가는 일정가액 이상의 주택에 대해서는 보유세 부담을 정상화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단순히
“1주택이면 종부세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고 말하기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양도세는 ‘오래 보유’보다 ‘오래 거주’가 중요해진다
개인적으로 이번 세제개편에서 종부세 못지않게 중요한 변화가 양도소득세의 장기보유특별공제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1세대 1주택자는 보유기간과 거주기간을 합쳐 최대 80%까지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안은 이를 단계적으로 거주기간 중심의 공제로 전환하는 방향입니다.
2027년에는 보유기간과 거주기간을 각각 인정하지만 이후 보유에 따른 공제 비중을 줄이고 거주에 따른 공제 비중을 높여, 2029년에는 사실상 거주기간 중심으로 공제를 적용하는 구조입니다.
결국 앞으로는
“서울 아파트를 15년 보유했다”
보다
“그 아파트에 실제로 몇 년 살았는가”
가 양도세를 결정하는 데 훨씬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오래 가지고만 있으면 절세’라는 공식이 깨질 수 있다
이 변화는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좋은 입지의 주택을 매입해 장기간 보유하면 가격 상승뿐 아니라 양도세 측면에서도 장기보유 혜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집을 오래 가지고 있었더라도 실제 거주기간이 짧다면 과거와 같은 수준의 공제를 받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실수요자를 보호하고 투자목적의 장기보유 혜택은 줄이겠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납세자 입장에서는 상당한 논쟁거리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주택자는 당장 세금을 크게 올리기보다 ‘매도할 시간’을 준다
흥미로운 부분은 다주택자 양도세입니다.
과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세제에서 자주 제기됐던 비판 중 하나가
“보유하면 종부세를 내고 팔려고 하면 양도세 중과를 내는데, 도대체 언제 팔라는 것이냐”
는 것이었습니다.
이번에는 그 문제를 어느 정도 고려했습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 기간 중과세율을 낮춰 주는 방식입니다.
2주택자의 경우 기본세율에 붙는 중과세율이 단계적으로 올라가고, 3주택 이상 보유자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중과 수준이 높아집니다.
쉽게 말하면 정부가 다주택자에게
“지금 당장 최고세율을 적용하지 않을 테니 일정 기간 안에 처분할 사람은 처분하라”
는 신호를 보내는 셈입니다.
결국 이번 세제개편은 ‘1주택’보다 ‘실거주 1주택’을 우대한다
이번 개편의 방향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과거에는
무주택 → 1주택 → 다주택
이라는 주택 수 중심의 구분이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실거주 주택 → 비거주 주택 → 고가·다주택
이라는 거주와 자산가치 중심의 구분이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가 가장 보호하려는 대상은 단순한 1주택자가 아니라 실제로 그 집에 장기간 거주하는 1주택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금의 ‘공평함’을 둘러싼 논란은 남는다
정책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모든 상황을 실거주와 주택가격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정말 공평한지는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20~30년 전 아직 강남이나 서초의 집값이 지금처럼 높지 않을 때 어렵게 아파트 한 채를 구입해 평생 거주해 온 은퇴자가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당시에는 비교적 평범한 가격의 아파트였지만 지역이 발전하고 집값이 오르면서 현재 시가가 40억~50억원이 됐을 수도 있습니다.
본인은 집 한 채 외에는 특별한 재산이 없고 은퇴 후 소득도 거의 없는데 집값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매년 상당한 보유세가 발생한다면 당사자로서는 억울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정부도 고령자와 장기거주자의 현금 유동성 문제를 고려해 납부유예 제도 등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산가치가 높다는 것과 실제 세금을 납부할 현금이 충분하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에서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해외근무·자녀교육·직장 문제 등으로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일정 기간 자신의 1주택에 거주하지 못하는 사람,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거주하지 않는 사람처럼 ‘비거주=투자’로 단순하게 보기 어려운 경우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실제 법률이 확정되는 과정에서는 이런 예외 상황을 어디까지 인정할지도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2026년 부동산 세제개편, 결국 무엇을 의미할까
이번 개편은 단순한 종부세 인상이나 양도세 개편으로 보기보다 우리나라 부동산 세제의 기준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에 가깝습니다.
과거의 핵심 기준이 ‘주택 수’였다면 앞으로는
실제 거주 여부 + 주택가격 + 거주기간
이 세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거주 목적의 1주택자에게는 긍정적인 변화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고가주택을 오래 보유한 은퇴자나 불가피하게 자신의 집에 거주하지 못하는 1주택자에게는 예상하지 못한 세부담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국 세제의 중요한 목표는 투기를 억제하는 것뿐 아니라 납세자의 실제 부담능력과 다양한 삶의 상황을 얼마나 정교하게 반영할 수 있느냐에 있을 것입니다.
이번 개편이 국회 심사 과정에서 어떤 모습으로 최종 확정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