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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1,550원까지 오른 진짜 이유, 정말 서학개미 때문이었을까?

by talk85719 2026. 9. 17.

서학개미보다 더 컸던 외국인의 170조원 매도

올해 외환시장을 돌아보면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현상 중 하나가 원화의 약세였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상승했고 올해 들어서도 약세가 이어졌습니다. 급기야 6월에는 1,550원을 넘어서는 수준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한국의 수출이 나빴던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반도체를 중심으로 사상 최대 수준의 수출이 이어졌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수출기업에는 막대한 달러가 들어왔습니다.

그럼에도 원화는 계속 약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제가 올해 외환시장을 보면서 가장 중요하게 봤던 것은 금리차보다 달러의 수급, 그중에서도 외국인의 국내주식 매도였습니다.

정부가 지목했던 원화 약세의 원인, 서학개미

정부가 주목했던 요인 중 하나는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투자였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미국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 이른바 ‘서학개미’가 급격히 늘었습니다. 국내 투자자가 미국주식을 사려면 결국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야 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달러 수요가 발생합니다.

한국은행 역시 최근 원화 약세를 설명하면서 거주자의 해외투자 확대가 원화에 지속적인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정부가 올해 국내시장복귀계좌(RIA)를 도입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2025년 말 이전에 보유하고 있던 해외주식을 매도한 뒤 원화로 환전해 국내주식에 장기 투자하면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입니다. 별도로 개인의 환헤지 상품 투자에 대해서도 세제 혜택을 마련했습니다.

결국 해외로 빠져나가는 달러 수요를 조금이라도 국내로 돌리겠다는 취지입니다.

그렇다면 실제 서학개미의 달러 매수 규모는 어느 정도였을까요?

 

서학개미 상반기 미국주식 순매수는 약 100억 달러

올해 상반기 국내 개인투자자가 미국주식을 순매수한 금액은 약 98억7천만 달러, 대략 14조원 안팎입니다.

절대적인 규모로 보면 결코 작은 돈이 아닙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국내 외환시장에 발생했던 또 하나의 자금 흐름과 비교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바로 외국인입니다.

올해 상반기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외국인의 국내 주식자금 순유출 규모는 약 1,102억 달러에 달합니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170조6천억원입니다.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서학개미 미국주식 순매수 약 99억 달러 VS 외국인 국내주식자금 순유출 약 1,102억 달러

무려 11배 이상 차이입니다.

물론 이것을 단순히 해외주식 매수금액이나 외국인 국내주식 매도대금이 바로 달러수요와 직결된다고 계산하면 안됩니다.

기존 달러 예수금이 사용될 수도 있고, 환헤지 여부와 결제 시점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올해 외환시장의 방향성을 설명하는 데 있어 이 정도의 규모 차이는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그래서 상반기 원화 약세를 서학개미의 해외투자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더 큰 변수는 외국인의 한국주식 이탈이 아니었을까요?

 

외국인은 상반기에 한국주식을 170조원 넘게 빼갔다

특히 5~6월의 숫자는 상당히 놀랍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국인 주식자금은 5월에 대규모 유출을 기록한 데 이어 6월에도 323억7천만 달러가 순유출됐습니다.

상반기 누적으로는 1,102억1천만 달러입니다.

외국인이 한국주식을 팔면 원화 현금이 생깁니다.

이를 해외로 가져가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한국주식 매도 → 원화 확보 → 달러 매수 → 해외송금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따라서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 매도는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외환시장에서도 강력한 달러 매수 수요를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외국인의 매도가 본격적으로 확대된 5~6월 급격하게 상승했고 6월에는 1,550원대까지 올라갔습니다.

제가 첨부한 환율 차트를 보면 이 흐름이 꽤 선명하게 나타납니다.

 

외국인/기관/개인 누적 주식수급과 코스피지수
달러/원 환율

 

그런데 한국은 사상 최대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더 흥미로운 것은 반대편입니다.

올해 한국 수출은 대단히 좋았습니다.

상반기 수출은 4,967억 달러, 수입은 3,584억 달러를 기록해 무역수지 흑자가 무려 1,383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상반기에만 1,924억 달러로 전년 대비 160% 이상 증가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수출기업들은 해외에서 받은 달러 가운데 상당 부분을 국내에서 임금·세금·투자·배당 등에 사용하기 위해 원화로 환전합니다.

즉,

수출 호조 → 달러 유입 → 수출기업 달러 매도 → 원화 강세

라는 흐름이 나타나야 합니다.

특히 월말에는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이른바 네고물량이 집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록적인 실적과 수출은 원화 약세를 상당 부분 방어하는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에도 환율이 1,550원까지 올라갔다는 것은 역으로 생각하면 당시 주식 및 금융계정에서 발생한 달러 유출 압력이 그만큼 강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7월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개인적으로 올해 환율 흐름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 바로 여기입니다.

6월을 정점으로 외국인의 국내주식 매도 규모가 크게 감소하기 시작했고 원화도 빠르게 강세로 전환했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6월 초 1,559원 부근까지 올라갔다가 현재는 제가 첨부한 Bloomberg 차트 기준 1,368원대까지 내려왔습니다.

불과 석 달 만에 달러당 약 190원 가까이 움직인 것입니다.

물론 이것을 외국인 수급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7월 16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인상했고, 8월 27일 다시 3.00%로 인상했습니다. 두 차례 연속 인상입니다.

여기에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와 외환당국의 시장 안정 조치도 영향을 줬습니다.

실제로 7월 말에는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가 원화 강세 요인으로 지목됐고, 외환당국의 달러 매도 개입 역시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결국 하반기 원화 강세는

① 외국인 국내주식 매도 감소
② 한국은행의 연속 금리 인상
③ 사상 최대 수준의 수출 및 네고물량
④ 외환당국의 시장 안정 조치

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늘, 다시 변수가 생긴다

이제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미국 연준입니다.

현재 시장에서는 한국시간으로 9월 17일 새벽 발표될 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할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금리가 현재 3.50~3.75%에서 3.75~4.00%로 인상되는 시나리오가 사실상 기본 시나리오가 됐습니다. 최근 미국의 물가와 소비 지표가 다시 강하게 나오면서 금리 인상 기대가 급격히 높아졌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실 오늘 25bp 올리는 것 자체보다 앞으로 몇 번을 더 올릴 것인가입니다.

현재 시장에는 이번 한 차례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과 새로운 금리 인상 사이클의 시작이라는 전망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따라서 오늘 환율의 방향을 결정할 핵심은 금리 인상 그 자체보다는 연준의 경제전망과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신호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으로 원·달러 환율은?

제 생각에는 앞으로 환율을 볼 때 단순히 한미 금리차만 보는 것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세 가지 수급을 같이 봐야 합니다.

첫째는 외국인의 한국주식 수급입니다.

상반기처럼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가 다시 나타난다면 원화에는 상당한 약세 압력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최근처럼 매도세가 둔화되거나 순매수로 전환될 경우 원화에는 강한 지지요인이 됩니다.

실제로 9월 들어서는 한국주식시장에 외국인 자금이 일부 다시 유입되는 모습도 관찰되고 있습니다.

둘째는 반도체 수출과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입니다.

현재처럼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기록적인 수출과 현금흐름이 지속된다면 상당한 규모의 달러가 국내로 유입됩니다.

이는 원화의 매우 강력한 펀더멘털입니다.

셋째는 미국의 금리 경로입니다.

이번 인상이 일회성에 가깝다면 최근의 원화 강세 흐름을 크게 훼손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연준이 향후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할 경우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가 함께 상승하면서 원·달러 환율 역시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올해 환율의 핵심은 ‘금리차’보다 ‘자금의 흐름’

올해 원·달러 환율을 보면서 다시 느끼게 되는 것은 환율을 금리 하나만 가지고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상반기 한국은 사상 최대 수준의 수출과 무역흑자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도 원화는 1,550원까지 약해졌습니다.

반면 국내 개인투자자의 미국주식 순매수가 약 100억 달러였던 기간 동안 외국인은 한국주식시장에서 약 1,100억 달러의 자금을 빼갔습니다.

이 숫자를 보면 올해 상반기 환율에서 어떤 수급이 더 중요했는지 어느 정도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가 완화되고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에 나서자 원화는 불과 몇 달 사이 1,300원대로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올해 원·달러 환율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이렇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서학개미가 달러를 샀지만, 상반기 원화를 더 강하게 흔든 것은 외국인의 한국주식 이탈이었다.”

앞으로도 원·달러 환율을 전망할 때 저는 한미 금리차 못지않게 외국인 주식자금 흐름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서 들어오는 달러의 방향을 함께 지켜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