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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지금이 오히려 저점일까? 메모리 사이클보다 중요한 ‘수요의 레벨업’

by talk85719 2026. 9. 21.

삼성전자 주가를 바라볼 때 항상 따라붙는 말이 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사이클 산업이다.”
D램과 낸드 가격이 오르면 반도체 업체의 실적이 급격하게 좋아지고, 공급업체들이 증설에 나서면서 결국 공급과잉이 발생합니다. 이후 메모리 가격이 하락하면서 실적도 꺾이고 주가는 실적보다 먼저 고점을 형성하는 것이 우리가 오랫동안 봐왔던 메모리 반도체의 전형적인 사이클이었습니다.
그래서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엄청난 실적을 바라보면서도 한편에서는 이런 우려가 나옵니다.
“지금이 오히려 메모리 사이클의 정점에 가까운 것 아닌가?”
하지만 몇 전문가들이 그랬듯이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메모리 호황의 핵심은 단순히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것이 아니라, AI라는 새로운 수요처가 등장하면서 메모리를 필요로 하는 시장의 절대 규모 자체가 한 단계 올라가고 있다는 점에 있기 때문입니다.

 

3분기 막바지, 실적 전망의 신뢰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현재는 이미 9월 하순입니다.
삼성전자 3분기 실적을 구성하는 7~9월 가운데 대부분이 지나왔습니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 나오는 증권사들의 3분기 실적 전망치는 연초나 분기 초에 나온 전망과는 의미가 조금 다릅니다.
실제 메모리 가격과 출하량, 환율 등이 상당 부분 확인된 상태에서 전망치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증권가가 전망하는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약 106조원 수준입니다.
최근 매일경제 기사에서는 KB증권 전망을 인용해 삼성전자의 올해 하반기 영업이익이 약 221조원, 3분기 약 104조원, 4분기 약 11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숫자만 놓고 봐도 이미 엄청난 수준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3분기 영업이익이 100조원을 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3분기 실적을 확인한 뒤 시장이 4분기와 2027년 실적 전망을 또다시 올리게 되느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AI 속도 조절론에도 메모리 수요는 꺾이지 않고 있다

최근 AI 산업에서는 안전성과 과도한 투자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이른바 ‘AI 속도 조절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AI 모델 개발 속도를 조금 늦춘다고 해서 메모리 수요까지 같이 줄어드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AI 산업의 중심이 점차 학습(Training)에서 추론(Inference)으로 이동하면서 또 다른 대규모 메모리 수요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AI 모델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엄청난 연산능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AI가 실제 서비스 단계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수억 명의 사용자가 AI에 질문하고, 기업들이 AI Agent를 활용하고, 이미지와 영상이 생성되고, AI가 스스로 여러 번 추론하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즉 AI가 대중화될수록 추론 횟수와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이 과정에서는 HBM뿐만 아니라 서버 DRAM과 고용량 SSD, NAND까지 광범위한 메모리가 필요합니다.
TrendForce 역시 Agentic AI 확산이 메모리 수요의 구조적인 확대를 만들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2026년 세계 메모리 시장 전망치를 기존 약 5,516억달러에서 약 8,893억달러로 크게 상향했고, 2027년에는 시장 규모가 1조2,800억달러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경기회복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큰 변화입니다.

 

이번에는 '메모리 사이클'보다 '시장 규모'를 봐야 한다

바로 이 부분이 제가 이번 반도체 사이클을 과거와 다르게 보는 이유입니다.
과거 메모리 사이클은 기본적으로 PC와 스마트폰이라는 수요처를 중심으로 움직였습니다.
PC 판매량이 줄거나 스마트폰 출하량이 감소하면 메모리 재고가 쌓였고, 공급과잉이 발생하면서 가격이 급락했습니다.
그래서 메모리 가격이 가장 좋을 때 오히려 주식은 조심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새로운 거대한 수요처가 등장했습니다.
AI 데이터센터입니다.
그리고 이제 AI 데이터센터 안에서도 학습뿐 아니라 추론이라는 또 하나의 대규모 수요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지금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단순히 메모리 사이클의 강한 상승 구간으로만 해석하기보다, 메모리 수요 자체가 과거보다 한 단계 Scale-up되고 있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메모리 수요곡선

수요곡선 자체가 위로 이동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과거 메모리 시장의 정상적인 수요를 100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호황기에는 120까지 올라갔다가 불황이 오면 다시 80~90으로 떨어지는 것이 기존의 메모리 사이클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AI로 인해 정상적인 수요 자체가 100에서 200이나 300으로 올라갔다면 어떻게 될까요?
물론 그 안에서도 사이클은 존재할 것입니다.
300까지 갔다가 250으로 떨어지는 조정도 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100과 비교한다면 조정 이후의 저점조차 이전 사이클의 고점보다 높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지금 삼성전자와 메모리 산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사이클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이클이 움직이는 기준점 자체가 올라가고 있을 가능성입니다.

실제로 공급은 여전히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최근 데이터를 보면 이 가설을 단순한 기대라고만 보기도 어렵습니다.
TrendForce에 따르면 올해 2분기 DRAM 산업 매출은 전분기 대비 약 59.5% 증가했습니다.
AI 서버와 AI 추론 확대에 따라 HBM뿐 아니라 LPDDR5X, 고용량 RDIMM 등의 수요가 크게 늘어난 영향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공급업체들의 재고가 여전히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는 점입니다.
통상 메모리 업황의 정점을 판단할 때 중요한 신호 가운데 하나가 재고 증가입니다.
가격이 높아지고 있는데 재고까지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하면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고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가격이 크게 올라왔음에도 공급이 충분히 늘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TrendForce는 2027년에도 DRAM의 경우 HBM 생산능력 배분과 AI 서버 수요 때문에 공급 증가율이 수요 증가율을 따라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 과거와 동일한 방식으로 "가격이 많이 올랐으니 이제 사이클 고점이다.”라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확인해야 할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3분기 실적보다 더 중요한 것은 2027년 컨센서스

그래서 저는 삼성전자의 이번 3분기 실적 발표를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보고 있습니다.
영업이익이 104조원이냐 110조원이냐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실적 발표 이후입니다.
만약 3분기 실적에서 메모리 ASP와 출하량이 예상보다 양호하고, 4분기에도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확인된다면 시장은 자연스럽게 2026년 4분기 → 2027년 1분기 → 2027년 연간 실적순으로 추정치를 다시 올리게 됩니다.
주가는 현재 실적보다 미래 실적을 먼저 반영합니다.
따라서 3분기 실적이 다시 한번 메모리 업황의 강도를 확인시켜 준다면, 결국 삼성전자의 2027년 EPS와 FCF 추정치가 다시 높아지는 과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미 FCF 전망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최근 시장이 삼성전자 실적만큼이나 주목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잉여현금흐름(FCF)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FCF는2026년 245조원 → 2027년 357조원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다른 증권사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최근 증권사 15곳의 2027년 삼성전자 FCF 평균 전망치는 약 **376조원** 수준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정도 현금흐름이 현실화된다면 문제는 단순히 삼성전자가 돈을 많이 번다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결국 시장의 관심은 “이 막대한 현금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 로 이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전자의 차기 주주환원 정책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실적 추정치 상승과 함께 배당 및 자사주 매입·소각 기대까지 커진다면 삼성전자의 밸류에이션을 다시 바라볼 이유가 생깁니다.

과거의 삼성전자와 같은 PER을 적용하는 것이 맞을까?

결국 저는 여기까지 생각이 이어집니다.
시장이 삼성전자를 여전히 과거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과 동일한 방식으로 평가하는 것이 맞을까
과거에는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면 몇 분기 뒤 공급이 늘었고, 결국 가격이 하락하면서 이익이 급감했습니다.
따라서 시장은 좋은 실적이 나와도 높은 멀티플을 주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이익은 다시 줄어들 것”이라는 전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AI로 인해 메모리 수요의 절대 규모 자체가 구조적으로 커지고 있고, AI 추론이라는 새로운 수요까지 계속 증가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 경우 삼성전자의 이익 증가를 단순한 사이클 이익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정상 이익 수준 자체가 올라가는 과정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익 전망치가 올라가는 것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에 적용되는 적정 밸류에이션 자체가 높아지는 Re-rating도 가능해집니다.

메모리 사이클의 고점이 오더라도 주가는 저점일 수 있다

조금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저는 지금 가장 관심 있게 보는 부분이 이것입니다.
앞으로 언젠가는 메모리 가격 상승률이 둔화될 것입니다.
사이클 산업인 이상 조정도 분명히 찾아올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때의 이익 저점이 어디인가입니다.
AI 이전 삼성전자의 메모리 이익 저점과 AI 이후 삼성전자의 메모리 이익 저점이 완전히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메모리 시장 자체가 두 배, 세 배 규모로 커진다면 다음 하락 사이클의 바닥에서도 삼성전자가 과거 호황기에 벌던 수준의 이익을 낼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투자자가 고민해야 할 질문도 달라집니다.
“이번 메모리 사이클의 고점은 언제인가?”보다 "AI 시대 삼성전자의 정상적인 이익 수준은 과연 얼마인가?”가 더 중요한 질문일 수 있습니다.


지금 주가가 훗날 저점으로 보일 가능성

물론 지금이 주가의 절대적인 바닥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메모리 가격이 예상보다 빨리 꺾일 수도 있고, AI 투자 속도가 둔화될 수도 있으며, 대규모 증설이 결국 공급 증가로 연결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NAND는 DRAM보다 공급 상황이 먼저 완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확인되고 있는 데이터만 놓고 보면 적어도 메모리 수요가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는 아직 뚜렷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AI 서버와 추론 확대가 기존 예상보다 훨씬 큰 메모리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3분기 실적 확인 시점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만약 3분기 실적에서 다시 한번 강한 메모리 수요가 확인되고, 이것이 4분기와 2027년 실적 컨센서스 상향으로 이어진다면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반도체 주식을 보면서
“실적이 가장 좋을 때가 주가의 고점이다.”라는 경험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쩌면 질문을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보고 있는 것이 메모리 사이클의 마지막 호황일까요?
아니면 AI가 만들어낸 새로운 메모리 수요의 시작일까요?
만약 후자라면 지금의 주가는 훗날 돌아봤을 때
“메모리 사이클의 정점을 걱정하느라 놓쳤던 저점"으로 기억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