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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슈퍼사이클의 끝이 안 보인다…마이크론이 말한 ‘2028년 공급 부족’의 의미

by talk85719 2026. 10. 4.

최근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에서 상당히 인상적인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단순히 “올해 메모리 반도체가 좋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마이크론은 오히려 2027년과 2028년의 메모리 수급 상황이 2026년보다 더 빠듯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지금도 메모리가 부족한데 앞으로 2년 동안 공급 부족이 오히려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더 놀라운 부분은 회사가 “언제쯤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아직 잘 보이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는 점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계속됐던 AI 투자 열풍이 단순한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2027년 물량은 벌써 대부분 주인이 정해졌다

마이크론에 따르면 2027년에 생산할 물량의 75% 이상이 이미 고객과 약속된 상태입니다.

그래서 현재 고객들과 나누는 협상의 중심도 2027년이 아니라 이미 2028년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일부 고객들은 2030년을 넘어 2031년까지 메모리 공급을 확보하려 하고 있습니다.

 

예전 메모리 산업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모습입니다.

과거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이 메모리를 대량 생산한 뒤 시장 가격에 따라 판매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가격이 오르면 공장을 늘렸고, 생산량이 너무 많아지면 다시 메모리 가격이 폭락했습니다.

 

그래서 메모리 산업에는 항상 이런 공식이 따라다녔습니다.

가격 상승 → 공장 증설 → 공급 증가 → 공급 과잉 → 가격 하락

우리가 흔히 말하는 ‘메모리 사이클’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고객들이 앞으로 생산될 메모리를 몇 년 전부터 미리 확보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마이크론은 현재 26건의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일부 계약은 2031년까지 이어집니다.

 

이 계약들이 2030년까지 예상 매출의 35%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메모리 회사 입장에서는 상당히 큰 변화입니다.

몇 년 뒤에 얼마나 팔 수 있을지 미리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장을 더 지으면 공급 부족은 해결되지 않을까?

여기서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가격도 오르고 수요도 많으면 삼성전자, 하이닉스, 마이크론이 공장을 더 지으면 되는 것 아닌가?”

실제로 업체들은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마이크론 역시 미국 아이다호와 뉴욕,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에 새로운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반도체 공장은 오늘 짓기 시작한다고 내년에 바로 제품이 나오는 곳이 아닙니다.

공장을 짓고, 장비를 설치하고, 시험 생산을 하고, 수율을 안정시키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마이크론이 현재 건설 중인 일부 공장 역시 본격적인 생산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은 2028년 이후입니다. 회사도 새로운 생산 공간이 확보되더라도 실제 공급 증가까지는 몇 개 분기가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지금부터 투자를 크게 늘려도 당장 2027~2028년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HBM이 많아질수록 일반 DRAM도 부족해진다

여기에 HBM이라는 변수가 하나 더 있습니다.

HBM은 엔비디아 같은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고성능 메모리입니다.

문제는 HBM을 하나 만드는 데 일반 DRAM보다 훨씬 많은 생산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쉽게 비유하면 기존 공장에서 일반 DRAM 10개를 만들 수 있었던 생산라인을 HBM 생산에 사용하면 예전처럼 10개를 만들지 못하고 더 적은 수량밖에 만들 수 없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AI 시장이 커지면서 HBM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론은 HBM 생산 증가 속도가 적어도 2028년까지 일반 DRAM보다 빠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런 현상이 발생합니다.

AI가 성장한다->HBM 수요가 늘어난다->메모리 업체들이 HBM 생산을 늘린다->일반 DRAM 생산 여력이 줄어든다->일반 DRAM도 공급이 부족해진다->메모리 가격 전체가 강해진다

HBM 호황이 단순히 HBM 가격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일반 서버용 DRAM 시장까지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HBM 가격도 2027년에 다시 오른다

더 중요한 것은 HBM 가격입니다.

마이크론은 2027년 HBM 공급 물량 대부분에 대해 이미 고객과 계약을 마쳤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새롭게 계약된 가격은 2026년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이런 우려도 있었습니다.

“HBM 시장에 삼성전자까지 본격적으로 들어오면 경쟁이 심해져 가격이 떨어지는 것 아닐까?”

 

하지만 현재까지 나타나는 상황은 오히려 반대입니다.

AI 서버와 GPU가 늘어나는 속도가 HBM 생산 증가보다 빠르다 보니 고객들이 가격을 낮추기보다는 몇 년 뒤 물량까지 미리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는 HBM 시장이 아직 공급자보다 고객이 더 급한 시장이라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사이클은 과거와 무엇이 다를까

제가 이번 마이크론 발표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바로 이것입니다.

예전에는 메모리 가격이 오르면 업체들이 공장을 늘렸고 결국 공급 과잉이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메모리 업체들의 실적이 좋아질수록 오히려 다음 하락 사이클을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AI 때문에 메모리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고, HBM 생산에는 이전보다 훨씬 많은 생산능력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도 길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메모리 회사들이 투자를 늘리고 있음에도 수요 증가 속도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도 AI가 등장하면서 메모리 시장의 ‘수요곡선 자체가 위로 올라간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 마이크론 발표는 그 가능성을 조금 더 강하게 보여주는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메모리 수급 전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어떤 의미일까

결국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입니다.

주식시장은 그동안 메모리 회사를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평가해 왔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올해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2~3년 뒤 메모리 가격이 폭락하면 이익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고객들이 2028년, 2030년, 심지어 2031년 물량까지 미리 계약하기 시작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메모리 회사 입장에서는 몇 년 뒤 매출을 어느 정도 미리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내년에 얼마 벌까?”뿐만 아니라 “3~4년 뒤에도 높은 이익을 유지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듭니다.

주식에서 이것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이익 전망이 올라가는 것뿐 아니라 시장이 이 회사들에게 적용하는 평가 기준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가느냐’

메모리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사실 자체는 이제 새로운 뉴스가 아닙니다.

앞으로 가장 중요한 질문은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호황은 과연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인가?”

 

마이크론의 답은 상당히 강합니다.

2027년뿐만 아니라 2028년에도 공급 부족을 예상하고 있고, 언제 공급과 수요가 다시 균형을 찾을지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고객들은 2030년을 넘어 2031년 물량까지 확보하려 하고 있습니다.

 

물론 반도체 산업에서 몇 년 뒤 미래를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AI 투자 속도가 둔화되거나 메모리 업체들의 증설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진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자료만 놓고 보면 적어도 하나는 분명해 보입니다.

 

이번 메모리 사이클을 과거와 똑같은 공식으로만 설명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번 사이클의 진짜 핵심은 단순히 “메모리 가격이 얼마나 더 오르느냐”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앞으로도 몇 년 동안 높은 이익을 유지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시장에 줄 수 있느냐”

일 것입니다.

만약 그것이 가능해진다면 이번 메모리 슈퍼사이클에서 우리가 봐야 할 것은 단순한 실적 증가를 넘어,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주식시장 평가 방식 자체가 달라지는 과정일 수도 있습니다.